나의 작곡 이야기/미사곡 2011

유승헌 미사곡 2011

Piano2sky 2017. 3. 7. 19:12

유승헌 미사곡 2011

청년, 청소년을 위한 미사곡

주요 미사곡 4곡, 부속곡 5곡, 총9곡


 




'항상 내가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하는 지점은, 내가 그 무엇에 불만을 갖기 시작할 때였다'


2008년 본당 청년 성가대에서 임시로 반주를 시작하면서 성가대 생활을 시작하였다. 지금와서 돌아보면 그때 들어갈 당시만 해도 내가 8년(2016년에 그만 두었으니까) 동안 성가대를 하리라고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 그 활동을 하면서 내 사생활의 대부분을 성가대 활동을 하면서 보냈고, 이 미사곡도 그런 성가대 활동의 일부였다. 


처음부터 미사곡을 미사에 올리기 위해 작곡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고, 그저 일기와도 같은 내 일상의 기록이었다.


나에게만 특별한 것이 아닌, 누구나 겪는 그런 일상에서 느끼는 감성을 기록하는 작업에서 시작했다. 


자비송 - 내 방, 출퇴근 지하철 안
대영광송 - 구로 Holly's Coffee
거룩하시도다 - 평일 미사를 위해 성당 가는 길
하느님의 어린양 - 명동 대한음악사, 당산동 스타벅스


이전에 했던 작곡 작업과는 다르게(?) 오선지에 만년필을 이용해서 작업하였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입혀보자는 취지였지만 나중에 기록으로도 남길만한 것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조금 번거롭지만 직접 오선지에 그리는 수고를 감수하였다.


사실 음악을 대함에 있어서, 물론 어렸을 때 부터 그랬지만, 사실 주저함이나 두려움은 없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항상 시도했고, 벽에 부딪혀도 크게 낙심하지 않고, 무조건 도전하고 또 도전하였다.

음악이란 것이 조금만 한다고 바로 output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특별히 참을성 없는 내게...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르기까지, 그 오랜 세월을 견디어 냈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이면에는 이런 작업을 하는데 대한 특별한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처음에는 주요 미사곡 4곡만 시험삼아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물론 미사시간에 올리는 것 역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창작하고 싶은 생각에서 시작한 작업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단순히 멜로디에 코드만 넣는 작업을 하였고, 진행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겨서, 피아노/오르간 반주와 4부성가를 추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뭔가 알수 없었던 느낌이 휘몰아쳤는지 혹은 번개를 맞았는지, 대부분의 곡들을 2011년 4월 한달안에 거의 다 몰아서 썼고, 하느님의 어린양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들은 거의 수정없이 지금까지 그대로다.


청년미사에 쓰이는 것을 염두해 두었기에 공연으로 사용되기에는 좀 부적절한 느낌이 있다. 추후에 공연용으로 편곡을 할 예정인다.

소프라노의 음을 부르게 될 신자들의 목소리 크기와 음역을 감안하여 조성을 선택하였고, 가급적 기교적인 표현을 삼가하려고 노력하였고, 들어간 경우에는 최대한 제거하려 노력했다. 아울러 기타 반주가 가능하도록 chord를 표시하였고, 이를 위해 기타로 표현하기 어려운 피아노 반주부의 코드들은 단순화 시켰다.


무슨 일이든지 뭔가를 넣는 것 보다, 빼는 작업이 더 힘든 것 처럼..

표현하고자 하는 많은 Articulation들을 제거하느라 작곡한 시간 보다, 이를 다듬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그리고 그런 과정보다는 미사곡을 미사에 올리기 위한 노력, 이를 위해 사람들과 부딪히고 상처받은 것이 더 힘든 과정으로 기억된다.

내가 보기에도, 전혀 검증되지 않은 무명의 작곡가가 만든, 그것도 미사곡을 미사에 올린다는게 쉬운 일은 아닐테니.


하지만 첫번째 올리는 것이 어려웠고, 두번째 세번째 성당은 비교적 쉬웠다.

지금은 여러 성당에서 쓰이고 있어 다행이지만..


작년 여름 휴가 때 찾았던 충남 서산의 한 성당에서 들려오는 성가대 연습소리에 

익숙한 멜로디가 날라오는 것을 듣는 느낌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