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처음 본 건 성당 행사를 준비하던 지하교리실에서였다. 새로 입단한 초등부 교사라며 인사를 했는데 머리는 샛노랑이었고, 귀걸이를 했고, 유행하던 펑퍼짐한 옷에 전날 클럽다녀온 이야기를 신나게 늘어놓던, 철없고 맘에 안들어보이는 날라리였다. 그게 2004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만나 그 후로 성당행사로, 술자리로 친해진 사이었지만 점점 대화를 해가며 그 마음속이 얼마나 깊은지를 측정할 수 없는 그런 사람임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그 와중에 견진성사를 받아야 하는데 자기와 세례명이 같다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대부를 서 달라는 청을 했고, 나는 흔쾌히 받아들여, 그와 나는 대부-대자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개인적인 아픔과 상처를 이미 알고 있었기에, 내가 그의 대부가 된다는 것은 나에게는 대부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어깨는 무거웠고 마음속에서는 정말 가끔씩 이유를 알 수 없는 아픔이 밀려왔다. 그 후로 나에게 아버지라 부르며 넉살좋게 애교를 떠는 이 친구의 모습에, 이 다음에 내가 아들을 갖게 되면 꼭 저 친구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리고 그는 올해 2월 사제가 되었다.
나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고, 그는 이제 모두의 아버지가 되었다. 첫미사, 고해성사에서 나는 그에게서 아버지의 가르침을 배웠고 이
제 그는 나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를 위해 기도할 때마다 가끔씩 밀려왔던 아픔은 그렇게 사라졌다.
다른 곡과는 다르게 오랜시간에 걸쳐 만든 곡이다. 아내는 감정과 아이디어가 잘 풀리지 않을 때마나 나를 현명하게 끌어주었다. 수없이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내가 그동안 내 아버지에게 느꼈던 그 표현할 수 없는 애증의 느낌이 많이 누그러들었다. 그 사이 나도 내 아기의 아빠가 되었고, 내가 느낀 느낌을 우리 아버지도 느꼈으리라 생각하며, 그런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 신부님께 감사하다.
2017.2
문재현 바오로 신부님의 사제 서품을 축하드리며, 이 작은 음악을 헌정합니다.
너와 함께 2017 Copyright © Yoo, Seunghun @studio::piano2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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