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곡 썸네일형 리스트형 너와 함께 - 유승헌 바오로(2017) 그를 처음 본 건 성당 행사를 준비하던 지하교리실에서였다. 새로 입단한 초등부 교사라며 인사를 했는데 머리는 샛노랑이었고, 귀걸이를 했고, 유행하던 펑퍼짐한 옷에 전날 클럽다녀온 이야기를 신나게 늘어놓던, 철없고 맘에 안들어보이는 날라리였다. 그게 2004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그렇게 만나 그 후로 성당행사로, 술자리로 친해진 사이었지만 점점 대화를 해가며 그 마음속이 얼마나 깊은지를 측정할 수 없는 그런 사람임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그 와중에 견진성사를 받아야 하는데 자기와 세례명이 같다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대부를 서 달라는 청을 했고, 나는 흔쾌히 받아들여, 그와 나는 대부-대자 사이가 되었다.하지만 그의 개인적인 아픔과 상처를 이미 알고 있었기에, 내가 그의 대부가 된다는 것은 나에게는.. 햇빛 속의 산책 - 유승헌 바오로(2015) 2007년 무더웠던 여름. 비가 많이 왔던 밤이 지나고 찾아왔던 다음날 아침.아이들이 깨기 전에 먼저 운동장에 음향장비를 설치하고, 전날 비가 와서 치우지 못했던 프로그램 물품을 정리하려 나왔는데, 이미 정리는 끝나있었고 리어카에 물품이 잔뜩 정리되어 실려있었다.그 광경을 지켜본, 나름 베테랑 캠프 스텝인 손희상, 권지환 선수, 김형균(당시)학사님과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날 비에 젖었다 말랐다를 반복하며 고된 노동에 시달렸던 터라 그 새벽에 그 무거운 짐들을 그것도 혼자 다 정리해 놓았던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안개가 자욱히 낀 운동장 한켠에서 유유히 묵주기도를 하며 산책하고 있는 그가 보였다. (심지어 그는 그 때 신학생도 아니었다.)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09년 어느날.. 이전 1 다음